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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Swimming_Kim 2019. 3. 14. 23:37

여러분들은 지난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2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생명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기억하는 시간은 15년 남짓이고, 그 시간들조차도 돌이켜 보면 대부분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이러한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더 나은 지금에 대한 망상을 꿈꾼다. 그런데, 수년, 혹은 수십년 후의 나라면, 이런 망상을 하는 지금조차도 그리워하지 않을까.


경험이 많아지면 삶의 지혜를 깨닫고는 하지만, 이를 실천하려 하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젊음의 패기는 세상을 바꾸는 인생을 갈구하지만, 그렇게 사는 법을 모르고 연거푸 헛발질을 내딛는다. 서로 다른 이 두 인물들이 항구에서 만나버렸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늙고 메말랐다하지만 그의 피는 아직 덥고뼈는 단단하다숱한 유랑과 전쟁여기저기에서 얻은 경험들은 특유의 유머러스가 되었고신을 믿지만믿지 않기도 하다인생은 여자를 탐하고배불리 먹기에도 바쁘며책은 먹으라고 양에게나 줘버린다늙고 초라한 겉모습에 굴하지 않고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로 원하는 것들을 쟁취해 낸다고용주이자 책벌레인 주인공을 답답해 하지만자신을 믿고 사업을 맡긴 그를 두목이라 부르며 따른다.


주인공은 부유한 지식인이며갈탄 채굴을 위해서 조르바와 함께 고향인 크레타 섬으로 출장을 나섰다독서를 통해서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관이 있었지만책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 법조르바의 작전으로 사업이 순조로워지는 과정을 보면서 그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긴다.

남의 것을 빼앗고수도승을 타락시키고달콤한 말로 여자를 유혹해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얻어 낸다분명 비도덕적이고종교의 율법에 어긋나는 행위이다하지만 조르바는 살기 위해서는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주인공이 마을의 과부에게 연민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연애를 밀어주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과연 넘어갔을지는 책을 보시길 ㅎㅎ 조르바는 요즘 말로 이야기하자면 사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은 고구마…….) 막히는 일들을 거침없이 해결하고연애도 속전속결이다씀씀이도 커서 낭비도 하지만또 흥정으로 숲을 반값에 사들이기도 한다신나게 산투르를 연주하면서 노동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도 하고수도원에서 신을 모독해버린다더욱이 재미있는 점은 이 소설이 카잔차키스 본인의 경험담이라는 것이다조르바라는 인물도 실존 인물이었으며작가는 고구마 지식인이었다크레타 섬에서 실제로 갈탄 산업도 진행했었다고 한다.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줄을 모른다고 한다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게 인생의 신비를 깨우치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다공부하기 싫고 일하기도 싫고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싫다그래서 어쩌면 조르바처럼 힘든 일도 즐겁게 흥청망청 넘기며 것이 해답일 수도 있다여러분은 어떤 삶을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다글을 마치며 나는 크레타 섬 해안에서 콜라를 한 잔 마시며 바다냄새를 맡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