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거나 내가 손꼽았던 영화가 아닌 이상. 사실 손꼽았던 영화들도 실제로는 보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영화와 콜라값이면 책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이 주는 깊은 여운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내가 책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음악"이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홍대에서 올랐던 무대에서의 그 전율은 아마 내 인생에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진귀한 그것일 것이다.
"음악"과 "무대"를 사랑하는 나에게 큰 충격과 감동으로 기쁨의 눈물을 짓게 만들었던 영화가 바로 이 '보헤미안 렙소디'가 아닐까 싶다. 갑자기 충동적으로 평일 오전에 그것도 혼자 영화관으로 나를 이끈 매혹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밴드 '퀸'의 이야기이자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이다. 작중 프레디가 이러한 말을 한다.
"I am the lead singer not the leader of the band."
사실 밴드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가장 돋보이는 건 보컬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종종 밴드가 성공하게 되면 그것이 보컬의 역량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재미있는 것은 나의 경험상 실제 밴드 연습 중에는 보컬의 서열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곡을 선정하는 것도 보컬이지만, 연습 중에 세션들은 계속해서 합을 맞춰보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같은 부분을 반복해야 하는데, 보컬은 관객 한 명 없이 같은 곡을 반복하고 있으니 조금 지루할 수밖에 없다. 세션들은 이 부분에서 어떻게 들어갈지 회의를 하는 과정, 그 합이 맞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 보통 리드 보컬들이 리더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마 보컬이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밴드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많은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했고 자신의 위치를 보다 높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위와 같이 자신보다 밴드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프레디에 대해 더 말해보자면 그는 연습 시간에 자주 늦고 음반 관계자마저 제멋대로 해고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티스트이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이혼을 하고, 밴드 팀원들도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생기면서 혼자라는 생각에 잠겨 지낸다. 그를 좋아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생겼지만, 정작 그의 곁에 머물러줄 사람은 없다. 많은 유명인사가 그러하듯이 그도 마약과 파티에 빠져들지만, 그를 일깨워주는 전 연인 덕분에 다투었던 밴드 팀원들과 다시 합치게 되고, 세계 최대의 록 페스티벌 라이브 에이드에서의 공연을 보이면서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없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놓칠 수 없어 자리를 떠날 날 수가 없었던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WE WILL ROCK YOU"라는 곡에 얽힌 스토리가 있어서 퀸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과 잠시나마 동시대에 존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감개무량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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